A급의 화려함보다 B급의 소박함으로 승부하다 뺑드미 제빵소 취재∙글 윤정연 사진 이재희 1인다역을 감수하며 오픈했던 그의 첫 매장 구로구 고척동의 대로변에는 각종 가게들이 즐비하다. 핸드폰 가게, 프랜차이즈 빵집, 김밥가게, 채소가게 등 업종을 불문하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들이 참으로 정겹다. 대로변이라고는 해도 화려함보다는 소박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 그 중 신호등 바로 앞에 작게 자리잡은 뺑드미 제빵소는 시시때때로 구수한 빵 냄새를 풍기며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뺑드미(pain de mie)는 프랑스어로 ‘식빵’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곳이 식빵만 파는 식빵 전문점은 아니다. 모든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고 많이 찾는 식빵.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각 매장마다 맛과 풍미에서 그 차이가 드러나는 식빵처럼, 언제나 고객과 함께 하는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담아 만든 이름이란다. 제빵 관련 회사를 다니며 빈 시간을 찾아 당시 동서울제과제빵학교의 강사로도 일을 하던 황석용 셰프는 지난 2011년 아차산에 뺑드미 제빵소를 오픈했다. 회사와 제과제빵학교 강사 일을 병행하며 뺑드미 제빵소의 운영까지 담당하던 황 셰프는 2012년 말, 다른 일들을 모두 정리하고 고척동에 또 하나의 뺑드미 제빵소를 오픈한다. 그곳이 바로 지금의 고척동 본점이다. 현재 아차산 매장은 같이 동업했던 지인이 운영을 맡아 가맹점 형식으로 꾸려가고 있다. 이외에도 왕십리점, 개봉점, 목동점까지 총 3군데의 가맹점이 삽시간에 오픈됐다. 하지만 가맹점 사업은 여기까지다. 황 셰프는 앞으로는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만 운영할 것이란다. 지금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는 것이 형체가 되어 드러날 때까지는 어떤 일이 펼쳐질지 비밀이라며 말을 아꼈다. 자신만의 노선이 있다면 위기는 없다 뺑드미 제빵소의 고척동 본점에서는 심플한 식빵 종류와 치아바타, 케이크 등 총 20여 종류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식빵과 치아바타는 하루 각 100여 개씩 판매되는 효자상품이다. 한 가게에서 모든 종류의 빵과 과자를 어우르는 토털 베이커리보다는 잘 하는 제품들을 특화해 본격적으로 파고드는 형태의 매장을 염두에 두었다고. 하지만 황 셰프는 “단일품목만 판매하는 전문점과는 다르다”며 못박는다. 제품의 가짓수를 줄이는 대신 어떤 제품에 중점을 둘 것인지만 확실히 한다면 한 제품만 하는 단일품목 전문점과 토털 베이커리의 장점만을 쏙쏙 뽑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확고한 자신만의 노선이 있어서일까. 뺑드미 제빵소는 불과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위치한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등장에도 위기가 없었다. 황 셰프는 자신만의 노선과 더불어, 빵을 굽는 기술자로서의 욕심을 조금만 자제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매장 운영의 열쇠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뺑드미 제빵소의 블로그 소갯글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제빵사는 예술가와 장인 사이에서 장인의 길을 가야합니다’라고. 조금 아리송한 말일 수도 있지만 황 셰프가 생각하는 제빵사란 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새로운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예술가가 아닌, 내가 잘 하는 제품 몇 가지를 갈고 닦아 정말 제대로 만들어 내는 장인에 가깝단다. 손님들이 늘 새로운 맛을 원하는 것 같아도 결국 잘 팔리는 제품은 정해져 있지 않은가. 황 셰프는 “손님을 위해 늘 신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의 이면에는, 늘 같은 것만 만들고 싶지는 않다는 제빵사의 욕심과 자기합리화가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닐까요?”라며 되묻는다. 그러고 보니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생전에 그런 말을 했다. “내 팬들은 내 원곡에 색다른 멜로디를 입힌 다양한 버전보다 오리지널 버전을 가장 좋아해”라고. 결국 황석용 셰프가 말하는 ‘손님이 가장 많이 찾는 빵’ 역시 이렇게 기본에 충실한 빵이 아닐까 싶다. 손님이 알아서 찾아오는 가게 뺑드미 제빵소는 지난 늦여름, 고척동 본점 아래에 약 40평에 달하는 뺑드미 제빵소 교육장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그는 무료 교육, 창업 교육,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며 사람들과 제빵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는 커리큘럼을 정비하기 위해 원데이 클래스 이외에는 잠시 숨고르기 중이지만 올해 중순부터는 다시 활발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뺑드미 제빵소의 로고 아래에는 작은 H가 두 개 적혀 있다. 처음 뺑드미 제빵소의 문을 연 그날부터 늘 가슴에 품고 있다는 H & H. 이것은 어니스트 피플 & 어니스트 테이스트(Honest people & Honest taste), 즉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직한 맛이라는 뜻을 담고 있단다. 시내의 으리으리한 메인 도로에 위치하고 있지 않아도 손님이 알아서 찾아오는 빵집.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의 진열대에 놓인 빵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주소 서울시 구로구 중앙로 65 1층(고척동) 문의 070-8805-0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