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열리는 빵나무 취재∙글 정승연 사진 이재희 빵나무에 핀 빵 회사원, 대학생들로 항상 북적이는 홍대입구역 사거리. 복잡한 9번 출구 건너편 1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골목으로 들어가면 조용한 주택가가 시작된다. 여기에 ‘빵나무’라는 정겨운 이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네빵집이 있다. 고등학교시절 아르바이트로 업계에 발을 들인 후 빵의 매력에 빠져 20년 넘게 이성당, 빵굼터 등 유명 베이커리의 책임자 역할을 해온 김용식 오너셰프의 가게가 바로 그곳이다. 김용식 셰프는 자신만의 가게를 오픈하기로 결심한 뒤 발품을 팔며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마땅한 자리를 찾을 수 없었고 차츰 지쳐갈 즈음 지금의 빵나무 터가 운명처럼 눈에 들어왔다고. 이곳에서 가게를 시작한 지 어언 4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빵나무는 주변 직장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넓지 않은 공간에 깔끔하게 정리정돈되어 있는 매대 외에도 10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좌석을 배치해 회사원들이 점심 시간에, 혹은 퇴근 후 들러 커피 한 잔에 빵 한 입 베어 물기 좋은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가게 이름이 간단명료하면서도 재미있어 비하인드 스토리를 묻자 그는 눈을 반짝이며 펜을 집어 들고 나무를 그리기 시작한다. “뿌리는 물, 기둥은 밀가루, 큰 가지는 소금, 설탕, 달걀, 그리고 그 큰 가지에서 뻗어나가는 것들이 다양한 종류의 빵으로 탄생하는 거예요” 지금은 동네에서 이름난 베이커리로 먼 곳에서까지 찾아올 정도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고 한다. 인테리어 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다. 셰프는 금전적인 피해를 메우기 위해 그 동안 벌어놓은 돈을 전부 쏟아부어 다시 인테리어를 했다. 그러다 가게를 오픈한 지 1년쯤 지난 2013년 5월 어느 날, 우연히 SBS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에 출현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날개를 펴게 되었다고. 방송 당시 김용식 셰프는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반죽법인 ‘탕종법’을 소개했는데 탕종법을 쓰는 매장이 많지 않은 터라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 후 그가 만든 쫄깃한 식감의 빵을 맛보기 위해 빵나무를 찾는 사람들이 차츰 많아졌고 그렇게 자리를 잡게되었다고. 정직하게, 나만의 개성으로 만드는 빵 두말할 나위 없이 빵나무가 위치한 홍대 인근은 유동인구가 많은 핫플레이스 가운데 하나이므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 요즘 유행하는 하드 계열의 천연발효빵을 파는 가게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빵나무에서는 이러한 빵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대신에 그만의 방법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재미있는 빵들이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있다. 빵나무를 인터넷에 검색하면 탕종법과 앙금빵이 연관 검색어에 뜰 만큼 특기가 확실한 가게인 것이다. 제품의 90%는 탕종법으로 반죽해 식감이 쫄깃하고 껍질도 탄력이 있어 씹는 맛이 있다. 셰프가 그린 나무 그림에 열린 빵처럼 이곳에서는 1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종류의 빵을 판매한다. 유행의 흐름에 따라가기보다는 본인만의 스타일을 지켜나가자는 것이 그의 빵 철칙이다. 바쁜 직장인들이 와서 점심 한끼 뚝딱해도 되는 빵나무만의 메뉴 ‘오믈렛’, ‘브런치 에그’는 이름만 들어도 그 맛이 궁금해진다. 이곳의 생크림 앙금빵은 손님들이 미리 전화해서 수량이 있는지 확인하고 찾아올 정도로 빵나무의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잡았다. 맛도 맛이지만, 빵나무는 화학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만든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빵을 판매하고 있다. 그에게는 오픈하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이틀 전에 사간 식빵에 곰팡이가 피었다며 다시 가게를 찾았다. 순간 셰프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지만, 할머니는 다른 식빵을 또 사가시며 뜻밖의 말을 꺼내셨다고. “나쁜 것이 안 들어갔으니까 꽃이 폈지, 들어갔으면 꽃이 폈겠어?” 그만의 가게를 완성시켜가며 일을 한 지 4년 남짓. 완성도가 떨어지는 제품들은 과감하게 버린다.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라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하면 직원들도 똑같이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항상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는 빵, 그런 솔직한 빵을 손님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게 운영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빵집 김용식 셰프는 올해 직원을 2명 더 뽑았다. 경기가 어려울 때일수록 더 개발에 힘쓰고 뒤쳐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뛰어가는데 저는 걷고 있다고 느낄 때가 힘들었어요” 그는 경기가 좋든 나쁘든 항상 빵에 대해 연구하고 남들 앞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빵을 굽기 위해 쉴 틈 없이 달려왔다. 덕분에 이제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빵나무로 ‘출근’하는 손님이 있을 만큼 이 지역에서 알아주는 베이커리가 되었다. 그는 앞으로 가게를 더 확장하게 된다면 직원들의 복지에도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싶다고 한다. 셰프로서의 길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제과제빵의 꿈을 가진 젊은이들에게는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다. 2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손님이 눈으로, 입으로, 마음으로 즐기는 빵을 아직 만들지 못했다는 김용식 오너셰프. 한 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계속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마치 나무와 같게 느껴졌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4길 30(동교동) 문의 02-322-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