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 보리스’ 그 집 식빵만 먹는다고? “근데 기자님 혹시 ‘샘앤보리스’라고 아세요? 전 거기 식빵만 먹거든요” 특집페이지 촬영을 위해 들린 스튜디오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 귀가 번쩍 뜨였다. 아직 접해보지 못한 빵집이 있다니 굴욕적인 것이 그 첫 번째 이유,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활약하며 맛있는 빵은 모조리 먹어봤을 그녀가 인정한 식빵이 궁금해서가 두 번째 이유였다. 그길로 샘앤보리스를 찾아갔다. 작은 규모의 공간에는 정다운 느낌의 착한 빵들이 오밀조밀 진열돼 있었다. 샘앤보리스의 빵에는 입맛을 자극하는 화려한 맛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소박한 맛이 있었다. 샘앤보리스 빵을 처음 맛본 지 1년하고도 7개월 만에 이곳을 소개할 수 있게 됐다. 샘앤보리스를 알게 됐을 땐 소개할 수 있는 코너가 없었다. 오픈한 지 6개월 이내의 숍을 소개하는 안테나 꼭지의 기준에 맞지 않았기 때문. 드디어 우리동네빵집에서 오랜 기다림을 하나씩 풀어본다. 세로수길에 숨겨져 있던 동네빵집 하나씩 대기업 브랜드로 바뀌면서 특색을 잃고 있는 가로수길. 그 길에서 약간 벗어난 세로수길이라는 애칭의 거리 한편에서 샘앤보리스를 만날 수 있다. 자연친화적인 편안한 나무 인테리어의 작은 공간. 진열대와 쇼케이스 테이블 2개가 전부다. 테이블에 앉아 제품을 먹고 있노라면 바로 옆 작업공간에서 믹서 돌리는 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마침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에게 소음소리가 시끄럽지 않느냐고 물으니 “냉동생지가 아닌 매장에서 직접 빵을 만든다는 소리라 오히려 반갑다”고 답했다. 우문현답이었다. “취재거리가 있을지 모르겠어요”라며 입을 뗀 이재범 오너 셰프는 회사에 다니다 서른 살이 넘어 느지막이 업계에 발을 들였다. 평소 빵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이 셰프. 1년간 호주에 머물 당시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호주 시내의 빵집을 둘러보며 관심을 키워왔다고. 그리고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학원을 등록했는데 생각보다 빵 만드는 데 손재주와 소질이 있었다. 무엇보다 일이 즐거웠다고. 빠르게 기술을 익힌 이 셰프는 이희관 베이커리, 여명제과, 코리아나 호텔 등을 거치며 실력을 쌓았다. 그는 소비자들이 프랜차이즈 빵집을 선호하는 점에 착안,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 새로운 브랜드 런칭 멤버 자리에 지원했다. 이 때 손님 응대법, 덩어리 반죽 다루는 법 등 새로운 기술을 익혔다. 지금 매장의 포장, 제품관리, 디스플레이, 손님응대도 모두 그때 익힌 것. 다양한 분야에서 레시피, 관리방법, 기술 등 충분한 노하우를 익혔다고 생각되는 시점, 샘앤보리스를 열었다. 신선한 빵을 드세요! 사실 샘앤보리스는 소보루 전문점 콘셉트로 오픈했다. 촌스럽다고 외면 받는 소보로빵도 히트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 이 셰프 자신이 소보로빵 마니아기도 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하나 없다지만 소보로빵에 대한 셰프의 애정은 특별하다. 샘앤보리스의 소보로 토핑 반죽은 강력분과 중력분을 적당히 섞은 밀가루에 국내산 땅콩 빻은 것을 섞어 만든다. 지나치게 달지 않아 빵 반죽과도 잘 어울린다. 여기에 크림치즈, 단팥, 고구마, 호박, 생크림 등의 필링을 가득 채워 다양성도 갖췄다. 지방에서 택배 주문이 올 정도라고. 하지만 소보로빵만 고집하지 않고 당근케이크, 오이케이크, 마늘바게트 등 30여 가지의 제품을 추가했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이미 ‘빵 쇼핑’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위해 고르는 재미를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앞서 푸드스타일리스트가 극찬했던 식빵도 그 중 하나다. 샘앤보리스의 식빵은 풍미가 좋고 부드럽다. 유기농 밀가루에 질 좋은 우유를 듬뿍 넣어 반죽하는 것, 이스트의 양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발효시간을 늘리는 것이 노하우다. 이렇게 만들어진 샘앤보리스의 식빵은 구입 후 냉동실에 보관했다 빵을 해동할 때 시간이 축소되는 것은 물론 노화가 더디다고. 무엇보다 소화가 잘돼 아이들이나 노인층의 선호도가 높다. 밀가루 등 주재료는 물론 당근, 오이, 고구마 등의 부재료도 한살림의 유기농재료로 만든 제품이라는 점도 맛에 한몫 톡톡히 했을 듯. 겨울에는 소보로빵 다음으로 이 셰프가 자신있어 하는 5가지 종류의 생크림케이크도 맛볼 수 있다. 70~80년대 생크림케이크로 유명했던 여명제과의 기술 그대로 만든 것이라고. 신선한 빵을 손님에게 전하고 싶어 같은 제품을 하루에 두 번씩 굽는다는 그. 신사동 샘앤보리스에 가면 언제나 갓구운 빵을 만날 수 있다. 취재·글 이상미 사진 이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