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트가 있는 풍경 줄리에뜨 프랑스 마을에 등장한 타르트 전문점 프랑스인들에게 타르트는 각별하다. 한국에서 타르트는 케이크보다도 친숙하지 않지만 프랑스에서는 식사 후에 디저트로 꼭 타르트를 먹는다. 그것도 직접 만든 홈메이드 타르트를. 장진숙 셰프는 프랑스의 이런 타르트 문화를 알리기 위해 2010년 서래마을 골목에 줄리에뜨를 오픈했다. 장 셰프는 외국에서만 거의 20년을 살았다. 프랑스에서 12년, 캐나다에서 8년. 셰프에게 타르트는 자연스러운 일상에 불과했다. 파리 르꼬르동블루에서 1년간 제과를 공부하고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은 후 한국으로 돌아온 셰프는 일말의 고민 없이 타르트 전문점을 선택했다. 줄리에뜨가 처음 오픈했을 당시 서래마을은 지금처럼 번화하지 않았다. 위치도 뒷골목이라 주변에 가게라곤 찾아볼 수 없었단다. 지인들조차 “대체 왜 여기에 가게를 내느냐”고 반문했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소문은 절로 퍼져나갔다. 자타공인 프랑스 마을에 문을 연 프랑스 정통 타르트숍은 바늘과 실처럼 잘 어울렸다. 게다가 줄리에뜨의 타르트는 서래마을에 거주하는 프랑스인들에게 “집에서 먹던 맛”과 같았다. 고국을 떠올리게 하는 맛. 정감 어린 타르트는 거부감 대신 익숙함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서서히 자극했다. 운명을 바꾼 타이틀, ‘식신로드 맛집’ 줄리에뜨는 작년 여름 맛집 소개 프로그램 ‘식신로드’에 출연했다. ‘식신로드’는 출연자 5명이 숟가락으로 점수를 매기는데 당시 줄리에뜨의 점수는 숟가락 5개, 의심할 여지없는 만점이었다. ‘식신로드’가 방영된 날의 아찔했던 순간을 셰프는 생생히 기억한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가게 앞으로 가득 몰려온 것이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손님이 늘던 이 시기가 아이러니하게도 최고의 위기였단다. “방송 여파가 이렇게 클 줄 몰랐어요. 수요가 갑자기 증가하니까 제품이 늦게 나오고 손님들 불평도 커졌어요” 아차 싶어 대책을 강구한 것이 한정 판매. 주문도 대부분 예약제로 바꿨다. 이로 인해 무심코 찾아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 지금은 노하우가 생겨 그 날 판매 분량은 맞출 수 있게 됐다. 아직도 사람들은 줄리에뜨 하면 가장 먼저 ‘식신로드 맛집’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허울뿐인 명성이 아니다. 손님들은 타르트 하나를 사기 위해 저 멀리 제주도에서 달려오고, 한 번 먹었다 하면 블로그에 보란 듯 극찬을 남긴다. 이는 줄리에뜨가 단순한 맛집에서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책임감이 생겼어요. ‘양질의 재료로 정성 들여 만든 타르트’가 우리의 모토인데, 그저 많이만 팔다 보면 혹시 맛에 소홀해질까 염려됐거든요. 전보다 재료도 더 신중히 골랐죠” 줄리에뜨가 저지방 비집유인 강성원우유를 사용하고 뉴질랜드 앵커버터와 대관령 딸기를 고집하는 이유다. 이제 줄리에뜨는 서래마을의 유명인사다. 엄마가 만든 타르트 분홍 ‘Juliette’ 푯말이 대롱대롱 매달린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게 안에는 셰프가 외국에서 직접 구입한 식탁과 소파, 집에서 가져온 흰색 보조 탁자가 적당히 낡아 있다. 앤티크한 진열장 안에는 어렸을 적 딸과 아들 부부의 사진이 있고, 벽에 걸린 액자 속에는 성악가인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 겨울을 맞이해 꺼내 놓은 전기난로와 테이블 위에 대충 쌓인 잡지마저 어색하지 않은 곳. 마치 엄마의 부엌과 같은 이곳에서 줄리에뜨의 잔잔한 하루가 시작된다. 아몬드파우더와 다진 견과류로 반죽한 시트를 굽고 각기 다른 종류의 필링을 만들어 조립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만 이틀. 여느 슬로우 푸드 못지않다. 매일 아침 9시, 줄리에뜨 식구들은 말끔하게 정돈된 앞치마를 매고 준비해둔 재료로 조심스럽게 타르트를 완성해나간다. 그 정겨운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예로부터 음식은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식신로드’의 숟가락 5개가 모두 움직인 이유는 줄리에뜨의 이런 정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여세를 몰아 줄리에뜨는 얼마 전 신세계 본점에 입점했다.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줄리에뜨와 타르트를 알리고 싶어서였단다. “대박을 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지금처럼 차근차근 해나가는 거죠.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타르트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 조금만 더 늘었으면 좋겠어요” 늦은 오후, ‘타르트 솔드 아웃’ 표지판을 내걸 때마다 그저 흐뭇하다는 셰프의 소박한 꿈이 실현되는 그날을 상상해본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동광로4길 5 문의 02-535-4002 취재 글 박소라 사진 이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