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구운 식빵처럼 훈훈하게 티나의 식빵 취재 글 박소라 사진 이재희 연신내 제일가는 빵집 동네마다 작든 크든 빵집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주거지역이자 소박한 동네인 연신내에는 그런 동네빵집의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현저히 낮다. 티나의 식빵이 문을 연 2011년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상권이 발달되지 않아 동네의 풍경은 변함이 없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외진 동네에 하나 뿐인 식빵 전문점을 두고 연신내 맛집이라고 부른다. ‘티나’는 우명진 셰프의 세례명이다. 호텔외식을 전공한 그녀는 대학 졸업 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대조동 연신내에 ‘티나의 식빵’이라 지은 작은 빵집을 오픈했다. 수많은 빵과 케이크를 뒤로 하고 ‘식빵’을 선택한 이유는 주식으로 매일 먹을 수 있는 빵이기 때문이었다. “식빵은 질리지 않아요. 요즘은 주로 토스트나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지만 사실 그냥 뜯어 먹어도 맛있는 게 식빵이거든요” 그때만 해도 국내에는 식빵 전문점이 드물었다. 오픈 초에는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파는 식빵에 익숙한 사람들은 가격이 비싸다고도 했다. 그러나 한 달 정도 되었을 무렵, 손님은 점점 늘었고 식빵은 없어서 못 팔았다. 곱게 포장되어 매대에 진열된 식빵이 아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식빵을 먹어 본 손님들이 식빵의 참맛을 알았던 것이다. 게다가 단조로운 빌라촌에 생긴 하늘색 빵집은 동네 주민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식빵만큼은 티나네서 티나의 식빵 두 번째 매장인 갈현초교점은 연신내 로데오거리에 있다. 바로 앞에는 초등학교도 있어 유동인구가 제법 많은 편이다. 늘 오고가던 골목에 하늘색 간판이 달릴 때, 주민들은 이 작은 가게가 티나의 식빵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우명진 셰프는 본점인 동명여고점을 언니 우영진 씨에게 맡기고 현재 갈현초교점을 운영하고 있다.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본점에 비해 갈현초교점은 테이블이 3개 정도 있고 평수도 조금 넓다. 두 매장의 공통점이 있다면 오픈된 주방이 총 평수의 반을 넓게 차지한다는 것. 재료부터 만드는 과정까지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으니 손님들은 어떤 빵이든 믿고 산다. 특히 세 팀만 들어와도 꽉 차는 본점은 손님 바로 앞에서 빵을 반죽하여 굽는 식이다. 티나의 식빵이 있는 골목에서 벗어나 길가로 나가면 연신내에도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같은 프랜차이즈 빵집이 있다. 그럼에도 동네 사람들은, 식빵만큼은 꼭 티나의 식빵으로 사러 온다. ‘단골장사’인 티나의 식빵은 손님들마다 찾는 빵이 정해져 있다. 12가지 식빵들은 마니아층이 골고루 있어 종류가 연중 비슷하다. 다만 고객의 연령층이 다양한 동명여고점은 초코식빵과 시나몬식빵의 판매율이 높고, 젊은 세대가 많은 편인 갈현초교점은 팥이나 호박처럼 앙금이 들어간 식빵의 판매율이 높다. 연령층 구분 없이 선호도가 높은 식빵을 꼽자면 바삭한 비스킷 반죽을 얹어 구운 밤식빵과 치즈식빵. 처음 온 손님들이 기본적으로 찾는 것은 우유식빵이나 옥수수식빵이다. 티나의 식빵의 철칙은 당일 구워 당일 소진하는 것. 우 셰프는 오픈 시간인 7시부터 빵을 반죽하기 시작하고 손님 응대까지 도맡아 한다. 때문에 각각의 빵들은 타임테이블대로 등장한다. 오전에는 모카빵, 단팥빵, 모닝빵 등이 나오고, 12시가 넘으면 식빵이 나온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지금은 손님들이 원하는 빵의 스케줄에 맞춰 매장을 찾는다. 식빵은 사랑과 정을 싣고 우명진 셰프는 남다른 기억력의 소유자다. “한 번 온 손님이라도 어떤 식빵을 사갔는지 기억했어요. 각각의 손님이 일주일에 몇 번 오는지 달력에 메모를 했죠. 고객층을 파악하려고 시작한 건데 손님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셰프가 먼저 다가가 “저번에 사가신 그 식빵은 이 시간에 나와요”라며 살갑게 말을 거니 손님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어쩌면 이것이 티나의 식빵의 성공비결이 아니었을까. 우명진 셰프는 취재 중에도 손님이 오면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라며 꼬박꼬박 인사를 했다. 그 덕분일까, 티나의 식빵은 늘 활기차다. 항상 먹는 식빵을 사러온 할머니, 여기 식빵이 정말 맛있다며 지인들을 대동한 어머니, 교복을 입고 우르르 몰려온 중고생들, 엄마 심부름을 온 어린아이의 손에는 어김없이 식빵봉지가 하나씩 쥐어져 있다. “식빵도 손맛”이라는 셰프는 오늘도 아침 7시에 나와 반죽을 친다. 가게 앞을 오고 가는 주민들은 우 셰프가 얼마나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일했는지 알고 있다. “처음부터 규모를 확장할 생각은 없었어요. 갈현초교점도 원활한 작업을 위해 오픈한 것이지 2호점의 개념이 아니거든요. 이제는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식빵을 만들도록 노력해야죠” 티나의 식빵을 찾는 손님들에게 중요한 것은, 젊은 여자 셰프가 작은 식빵집으로 대박이 났다는 것이 아니다. 믿고 먹을 수 있는 빵집이 동네에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입을 모아 얘기한다. “연신내에 오면 티나의 식빵을 가세요”라고. 주소 동명여고점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73길 5-13(대조동), 갈현초교점 서울시 은평구 연서로27길 26-4(갈현동) 문의 동명여고점 02-353-7238, 갈현초교점 02-355-7237